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관련해 "더러버서 안 간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당초 송 원내대표 측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까지 운운했다. 그러나 녹취 음성이 공개되자 뒤늦게 말을 바꾸고 사과했다. 공인으로서의 진정성과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고, 궁색한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느낀 실망감과 배신감은 엄중하다. 국민 통합과 지역 화합을 이끌어야 할 중앙정치 지도부의 인식이 이토록 천박하고 오만하다는 사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중앙정치의 권위주의와 구태가 지역 정치판에 그대로 투영되며 구조적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의힘 김천당사에서 열린 나영민 후보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규탄 집회가 대표적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번 집회는 송 원내대표 주도로 공천을 받은 시의원들과 출마자들이 대거 동원된, 사실상의 `하명(下命) 집회`였다고 한다.
현장에 참석한 이들 사이에서조차 “공천권을 쥔 사람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나 후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토로가 사석에서 흘러나오는 현 상황은 가히 비극적이다. 지역 정치가 시민의 안녕과 정책을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오직 공천권력의 손짓 하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줄세우기 정치’의 포로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되어 민생을 뒷전으로 미루고, 김천 지역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김천시 지방 선거 과정에서 끊이지 않았던 국민의힘 공천 공정성 시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정 후보에 대한 편중된 지원설과 권력 중심의 구도 짜기는 오래전부터 지역사회의 갈등을 키워온 불씨였다. 오죽하면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미리 정해놓은 각본에 춤만 추는 격”이라는 냉소와 정치 혐오가 팽배하겠는가.
지금 김천이 직면한 현실은 엄혹하다. 급격한 인구 감소, 청년층 유출, 혁신도시 성장 정체, 산업 기반 약화 등은 특정 정당의 이념이나 맹목적인 충성 경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실질적인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실행력 있는 인물과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당보다 김천 발전이 우선"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현실론을 넘어 구태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결국 이번 사태는 일회성 막말 해프닝이 아니다. ▲중앙정치의 오만한 권위주의, ▲지역정치의 고질적인 줄세우기 구조, ▲불공정한 공천 관행, ▲시민이 아닌 권력자를 해바라기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터진 필연적 사건이다.
김천의 정치인들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두려워하고 충성해야 할 대상은 공천권을 쥔 권력자가 아니라 표를 쥔 김천 시민이다. 진영 싸움과 규탄 정치로 지역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으며 시민의 눈을 가리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 당장 줄세우기 구태를 멈추고, 김천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경쟁하는 성숙한 정치의 길로 복귀하라. 시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