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유휴시설의 활용 방안
지방 유휴시설의 활용 방안
  • 최혜정
  • 승인 2018.02.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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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가 아닌 보물단지가 되도록

 

며칠 전 한 지방 신문에서 올림픽 성화가 꺼지면 올림픽 시설은 애물단지가 되어 건축물만 덩그러니 남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칼럼을 읽었다.

이 칼럼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큰 도시 위주로 지은 축구경기장도 적자에 허덕이는데, 강릉과 평창(횡계)의 시설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며 정부에서 지원한다면, 선수 등 빙상훈련장으로 활용토록 하여 강릉을 빙상의 중심지로 만들면 지방분권, 균형발전에 부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근에 만난 과장급 공무원은 농촌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지어 놓은 시설들이 그 사업이 끝남과 동시에 방치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면사무소까지 지자체의 청사들은 하나같은 모습이다. 우주에서 내려온 비행체 같기도 하고, 왠지 기울어진 것 같기도 한 건물들이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우뚝 서있는 것이다. 청사는 그래도 낫다. 관리비 아끼려 추위와 더위와 싸울지언정 사용은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농촌마을 사업으로 세워진 시설들은 대부분 자물쇠가 채워진 곳이 많다.

농촌마을에 유휴시설이 늘어나는 이유 중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어촌 인구 감소라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지만 정부 각 부처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농촌 개발사업의 증가라는 지양해야 할 이유도 있다. 향후 농촌 개발 사업을 할 때는 사업에 따르는 시설을 무조건 새로 지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농촌마을 유휴시설의 대표적인 활용 방안은 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이다. 최근 서울시의 잘 생겼다 서울 새 명소 20을 비롯하여 여러 도시와 지방에서 활용한 사례들이 많다. 문제는 활용 사례 대부분이 젊은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 위주의 공간으로만 바뀌고 있어, 과연 농촌 주민들에게 실용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코틀랜드 알디제분소 성공사례는 우리 농촌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코틀랜드 버지니아 지역의 알디제분소는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 제분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산업의 눈부신 발달과 현대화에 밀려 더 이상 옛 방식의 제분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알디제분소는 한 벨기에 부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폐가처럼 방치돼 있었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알디제분소를 인수한 벨기에 부부는 이 제분소를 복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부부의 힘만으로는 물레방아 등의 시설을 재가동하고 제분소를 산업혁명 시대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제분소를 대중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복원 계획의 순서를 바꿨다. 제분소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인근 공방에서 만들어낸 도자기도 구입하며 산업혁명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알디제분소는 금세 인기 관광코스가 되었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식 관광지 지정도 받게 되었다. 농촌의 특색 있는 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유럽연합의 LEADER 프로그램의 자금 지원을 받아 1998년 말에는 이 지역 15명의 수공예품 생산자들이 만든 섬유와 도자기, 목공예품(바구니, 요람 등) 등의 상품을 알디제분소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하게 되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제분소 주변의 경관을 산업혁명 당시로 복원하는 일도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이밖에 기차역을 활용한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항만을 활용한 영국의 테이트모던미술관, 공장을 활용한 발틱현대미술관, 발전소를 활용한 독일 뒤스부르크의 티센환경공원, 마을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마을 주민이 참여해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일본 오이타현 유후인 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공적인 사례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한 컨설팅업체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유휴시설의 유형별 활용사례로 소득 관련, 건강 관련, 교육문화휴게 시설이 있다고 했다.

이중 현재 농촌마을에 가장 바람직한 것이 소득 관련 활용 방안과 건강 관련 활용 방안이라 하겠다. 소득 관련 시설로 활용한 사례는 농산물 판매 유형, 관광자원 활용 유형, 저장시설 활용 유형, 가공시설 활용 유형 등이 있으며, 건강 관련 활용 방안은 의료 및 운동 시설, 휴게시설로 활용하는 것이다.

보령의 폐광을 활용한 버섯재배와 토굴 저장시설, 태백시 폐광 활용한 탄광박물관과 철암마을, 마을공원을 찜질방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서천군 갈숲마을, 폐교를 활용한 보령의 축산물 가공시설 및 카페, 보은군의 테니스장 등, 사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사례들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다만 활용을 위한 활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휴시설을 활용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마을 주민이고 마을의 발전이다. 그 전에 더 이상의 유휴시설이 생기지 않도록 각종 마을사업들을 계획하고 시행할 때 기존 시설들을 포함하여 마을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혜정 편집장(helen8914@local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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